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좋은 친구들>은 갱스터 장르의 모든 신화를 한순간에 해체하고 재조립한, 영화사상 가장 눈부시고 역동적인 범죄 서사시다. 이 영화는 “내가 기억하는 한, 나는 언제나 갱스터가 되고 싶었다”는 헨리 힐(레이 리오타)의 유명한 독백으로 시작하며, 관객의 손을 잡고 그 어떤 세상보다 짜릿하고 매혹적인 범죄의 세계로 단숨에 끌어들인다. 그의 시선을 따라 펼쳐지는 마피아의 세계는, 돈과 권력, 의리와 배신, 그리고 화려한 스타일이 넘쳐나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의 공간이다. 하지만 스코세이지는 결코 이 세계를 낭만적으로 그리지 않는다. 그는 현란한 카메라 워크와 정신없이 빠른 편집, 귀를 사로잡는 팝송들을 통해 범죄 세계의 달콤한 매력을 한껏 과시한 뒤,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모든 것이 썩어 문드러지고 파멸해가는 과정을 냉혹하고 집요하게 추적한다. 이 작품이 <대부>와는 다른 결의 위대함을 성취한 이유는, 신화적인 인물이 아닌 실제 인물들의 비열하고 현실적인 욕망과 허세를 통해, 갱스터 라이프의 본질이 결국 허무와 자기 파괴에 있음을 폭로하기 때문이다. 이 글은 <좋은 친구들>이 어떻게 관객마저 홀리는 범죄 세계의 치명적인 ‘매혹’을 그려내는지, 마약과 편집증 속에서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필연적인 ‘몰락’의 과정을 어떻게 시각화하는지, 그리고 모든 것을 잃고 ‘평범함’이라는 지옥에 떨어진 주인공의 마지막 모습이 어떤 비극적 아이러니를 완성하는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나는 언제나 갱스터가 되고 싶었다": 스타일로 관객을 유혹하는 범죄 세계의 달콤한 매혹
<좋은 친구들>의 전반부는 영화사상 가장 성공적인 유혹의 과정이다. 스코세이지는 주인공 헨리 힐의 시선을 통해, 관객이 갱스터의 삶을 동경하게 만드는 모든 영화적 장치를 동원한다. 가난한 아일랜드계 소년이었던 헨리에게 동네 마피아들은 신과 같은 존재다. 그들은 법 위에 군림하고,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며, 넘쳐나는 돈을 물처럼 쓴다. 학교에 가는 대신 그들의 심부름을 하며 자란 헨리에게, 이 세계는 지루하고 답답한 현실로부터의 완벽한 탈출구다. 그는 마침내 조직의 일원이 되어, 매력적이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토미(조 페시)와 냉철하고 위엄 있는 지미(로버트 드 니로)와 함께 ‘좋은 친구들’로 거듭난다.
스코세이지의 카메라는 이들의 삶을 경쾌하고 활기 넘치게 묘사한다. 특히 헨리가 여자친구 캐런을 데리고 코파카바나 클럽의 주방을 통해 입장하는 전설적인 롱테이크 시퀀스는, 갱스터 세계가 가진 특권과 매력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명장면이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평범한 사람들과 달리, 헨리는 주방 뒷문으로 들어가 모든 직원들의 환대를 받으며 무대 바로 앞의 특별석으로 안내받는다. 이 끊어지지 않는 유려한 카메라의 움직임은, 마치 마법처럼 모든 문이 열리는 갱스터 세계의 권능을 캐런과 관객이 동시에 체험하게 만든다. 여기에 더해, 토니 베넷의 ‘Rags to Riches’를 비롯한 감미로운 당대의 팝송들은 이들의 범죄 행위를 낭만적인 활극처럼 포장한다.
이 세계에서 폭력은 일종의 통과 의례이자,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간단하고 효율적인 수단이다. 토미가 자신을 모욕한 마피아 간부를 잔인하게 살해하는 장면조차, 영화는 끔찍한 비극이 아니라 일종의 해프닝처럼 가볍게 처리한다. 스코세이지는 이처럼 의도적으로 도덕적 판단을 유보하고, 스타일리시한 연출을 통해 관객이 갱스터의 시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도록 만든다. 우리는 그들의 범죄에 공모하고, 그들의 특권에 감탄하며, 그들의 삶이 주는 짜릿한 해방감을 함께 즐기게 된다. 바로 이 성공적인 ‘매혹’의 과정이 있기에, 영화 후반부에 펼쳐지는 지독한 몰락의 과정은 더욱 강력한 힘을 갖게 된다.
코카인과 편집증, 그리고 피의 배신: 현란한 편집으로 그려낸 마피아 제국의 필연적 몰락
화려했던 시절이 지나고, 영화의 후반부는 걷잡을 수 없는 몰락의 과정을 현기증 나는 속도감으로 그려낸다. 그 몰락의 기폭제는 바로 ‘코카인’이다. 조직의 보스인 폴리의 경고를 무시하고 마약 밀매에 손을 댄 헨리는, 막대한 부를 얻지만 동시에 자신의 모든 것을 갉아먹는 편집증의 늪에 빠져든다. 영화의 마지막 30분, 특히 1980년 5월 11일 하루 동안 헨리의 혼란스러운 행적을 따라가는 시퀀스는 스코세이지의 편집 미학이 정점에 달한 부분이다. 카메라는 불안하게 흔들리고, 컷은 숨 가쁘게 전환되며, 록 음악은 신경질적으로 울려 퍼진다. 마약 거래, 요리, 아픈 동생, 정부의 헬리콥터 감시 등 수많은 정보들이 동시에 쏟아지며, 관객은 마약에 취해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통제하지 못하는 헨리의 정신 상태를 그대로 체험하게 된다.
이 세계를 지탱하던 ‘의리’와 ‘신뢰’라는 허상은 마약과 편집증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져 내린다. 루프트한자 공항 강도 사건 이후, 지미는 사건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작전에 참여했던 동료들을 하나씩 냉혹하게 살해하기 시작한다. 어제의 ‘좋은 친구’가 오늘의 제거 대상이 되는 비정한 현실 속에서, 우정이라는 것은 이익을 위한 일시적인 계약에 불과했음이 드러난다. 특히, 마피아의 정식 멤버가 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던 토미가 조직의 배신으로 허무하게 살해당하는 장면은, 그들이 믿었던 모든 규칙과 명예가 얼마나 허상이었는지를 보여주는 결정적인 순간이다.
결국 헨리 역시 지미에게 살해당할 것이라는 공포에 휩싸여, FBI에 모든 것을 밀고하고 증인보호프로그램을 받아들이는 최악의 배신을 선택한다. 그가 가장 경멸했던 ‘밀고자(schnook)’가 되어 동료들을 팔아넘기는 것이다. 스코세이지는 이 몰락의 과정을 통해, 갱스터 세계의 본질이 화려한 의리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는 잔혹한 생존 게임에 있음을 폭로한다. 영화 전반부를 지배했던 유려한 롱테이크와 낭만적인 음악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불안하고 파편화된 이미지와 신경질적인 사운드만이 남는다. 이 극단적인 스타일의 변화를 통해, 관객은 갱스터 라이프라는 달콤한 꿈에서 깨어나, 숙취와도 같은 지독하고 처참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신화의 종말, 혹은 평범함이라는 지옥: 증인보호프로그램 속에서 모든 것을 잃은 헨리 힐의 허무
영화의 마지막, 헨리 힐은 법정에 서서 자신의 과거 동료들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다. 그리고 카메라는 그가 증인보호프로그램을 통해 살게 된 교외의 평범한 주택가를 비춘다. 그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마치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걸 듯 자신의 처지를 한탄한다. “나는 평범한 굼벵이처럼 살아야 해요. 남은 인생을 밀고자로 살아야 하죠.” 그는 모든 것을 가졌던 과거를 뒤로하고, 이제는 아무도 아닌 존재(average nobody)가 되었다. 아침에 신문을 가지러 나가는 그의 모습 뒤로, 토미가 카메라를 향해 총을 쏘는 이미지가 겹쳐진다. 이는 갱스터 영화라는 장르의 신화가 완전히 끝났음을, 그리고 헨리의 화려했던 삶이 죽었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장례식이다.
이 결말이 던지는 아이러니는 지독하다. 헨리는 살아남았지만, 그에게 남은 것은 그가 가장 경멸했던 ‘평범함’이다. 그에게 평범한 삶은 안전한 안식처가 아니라, 모든 특권을 박탈당한 지옥과도 같다. 그는 더 이상 줄을 서지 않고 식당에 들어갈 수도, 마음껏 돈을 쓸 수도, 사람들의 존경을 받을 수도 없다. 이것은 갱스터 장르에 대한 스코세이지의 가장 냉소적인 코멘트다. 그는 <대부>와 같은 영화들이 만들어낸 마피아의 낭만적인 신화를 완전히 파괴하고, 그들의 실체가 결국에는 기생충과도 같은 삶을 살다가, 운이 좋으면 모든 것을 잃고 평범한 삶으로 추방되는 초라한 존재임을 보여준다.
영화는 헨리가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먹던 고급 파스타 대신, 평범한 미국 가정식인 ‘에그 누들과 케첩’을 먹는 모습을 보여주며 끝을 맺는다. 이는 그의 삶이 얼마나 초라하고 보잘것없어졌는지를 보여주는 마지막 확인사살이다. 그는 모든 것을 걸고 갱스터가 되었지만, 그 결과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정도, 가족도, 명예도, 심지어는 그토록 사랑했던 삶의 스타일마저도. <좋은 친구들>은 이처럼 한 남자의 흥망성쇠를 통해, 범죄 세계의 매혹적인 외피와 그 추악한 내핵을 완벽하게 해부한다. 그리고 그 끝에서, 화려한 신화가 걷히고 난 뒤에 남는 것은 결국 채워지지 않는 욕망의 허무함뿐이라는 냉정한 진실을 우리에게 남긴다.
결론
<좋은 친구들>은 마틴 스코세이지의 모든 재능이 폭발하는, 에너지가 넘치고, 눈을 뗄 수 없으며, 동시에 서늘한 통찰로 가득 찬 걸작이다. 그는 실제 인물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갱스터의 삶을 그 어떤 영화보다도 생생하고 현실적으로 그려냈으며, 현란한 스타일을 통해 그들의 심리 상태를 완벽하게 시각화했다. 레이 리오타, 로버트 드 니로, 그리고 조 페시의 완벽한 앙상블 연기는 영화에 지워지지 않는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이 영화는 범죄를 미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어떤 영화보다도 냉혹하게 범죄 세계의 허무함을 폭로한다. 화려했던 꿈에서 깨어나 평범함이라는 악몽 속에 갇혀버린 헨리 힐의 마지막 모습은, 우리가 스크린을 통해 동경했던 모든 환상이 얼마나 위험하고 공허한 것인지를 되묻게 만든다.